조계종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공식 출범했다.
조계종은 1월28일 공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출범식을 갖고 한국불교 현안 해결과 불교중흥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사부대중이 종단 현안을 두고 대중공사를 여는 것은 현대불교사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성문, 호계원장 일면, 포교원장 지원 스님 등 주요종무기관장과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비구니 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등 100인 대중공사에 선정된 위원 167명 가운데 120명이 참석했다.
▲ 지홍 스님
대중공사 공동추진위원장 지홍 스님은 여는말을 통해 “대중공사는 한국불교를 새롭게 재편하고 부처님 법을 이어갈 ‘현대판 조계종 결집’”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공동체적 관점에서 종단의 과거와 오늘을 진단하고 미래를 하나씩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우리는 큰 의미에서 종단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살펴보고 설계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가 비로소 1994년 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종단의 백년이 시작되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한국불교의 현주소에 대한 냉철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이뤄야 함을 강조했다.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에서 부처님의 법은 종도와 국민들의 삶과 생활 속에 함께 하지 못하고, 수행의 결실은 좌복을 벗어나 더 많은 대중에게 희열과 삶의 감동으로 전해져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수행과 생활의 공동체인 사찰은 관림의 대상으로 전락되었고, 깨달음을 향해 쉼 없는 구도의 길을 걷는 수행자는 번뇌에 얽매여 생사를 초월하지 못하는 범부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스님은 “오늘날 한국불교는 이 시대의 바람직한 불교관, 시대를 성찰하는 실천관, 현대적인 사상관을 정립하지 못하고 국민의 아픔과 함께하지 못한 채 고독한 존재로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자승 스님
스님은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개최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대중공사는 한국불교가 갖고 있는 이런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근원적으로 치유해 붓다의 가르침을 올곧게 실천해 삶과 수행, 생활의 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불교로 거듭나기 위함”이라며 “이를 통해 조계종단이라는 사부대중 공동체에 따스한 희망의 온기를 불어넣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또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두고 일각에서 ‘정치적 쇼’로 혹평하는 시각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부인했다. 스님은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이면에는 종단운영에 대한 불신과 짙은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런 불신과 선입견은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고, 이 시대 우리가 풀어가야 할 화두이다. 이 자리를 통해 저마다의 가슴 속에 내재돼 있는 지나친 고정관념을 과감히 걷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대중공사가 진행되는 시간동안 저 자신도 초심으로 돌아가 총무원장이 아닌 종단 구성원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등한 대중공사의 일원으로 함께 할 것”이라며 “대중공사를 통해 합의된 과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선입견이나 편견, 이해관계의 득실을 근원적으로 배제하고 우선 실천할 수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제도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대중공사에 참석한 위원들은 발원문을 통해 “‘탁마를 통해 서로가 완성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도반’이라고 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초발심 학인의 자세로 공동체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들을 지극정성으로 다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중공사는 오전 출범식에 이어 오후 1시부터 ‘100인 위원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첫 회의를 연다. 첫 회의에서는 종단이 안고 있는 현안과 풀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100인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대중공사가 논의해야 할 우선 과제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중공사는 10개 모둠으로 나눠 세부토론을 진행하고, 전체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논의 안건들을 확정할 예정이다.
공주=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