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불교의 수행처와 스승들
스리랑카는 필자가 가보지 않아 일중 스님의 연구서와 아눌라 비구니 스님의 자료에 의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스리랑카 불교가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경위와 수행처의 구분 등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한 다음 수행처와 스승들에 대해서 소개하기로 한다.
1) 스리랑카 불교에서의 수행의 일반 양상
수행 부흥 운동
2,300여 년의 불교사를 가진 스리랑카에서 면면히 내려오는 수행 전통의 맥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원래 선교(禪敎) 일치였으나 기원전 1세기를 전후하여 교학 전통 위주로 내려왔다. 마지막 아라한으로 전해오는 말리야데와 스님은 기원전 2세기경 사람이다. 그 이후 대석학이라고 불리우는 학승들은 역사 속에 여러 번 등장하지만 아라한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학이 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면 수행은 계·정·혜 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스리랑카 승가는 400여 년 동안 서양의 식민지 세력 아래에서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위빠사나 운동은 1950년에 불자 지식층이 중심이 되어 일어났다. ‘랑카 위빠사나 수행회’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마하시 사야도에게 지도자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마하시 사야도의 제자 4명이 콜롬보에 파견되면서 현대적인 수행 체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마하시 사야도의 수행법이 소개되면서 초기 경전에 근거를 둔, 전통을 주장하는 신전통주의자와 개혁주의자들의 두 그룹으로 갈라졌다.
개혁주의자의 5가지 견해는 ①현 시대에도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다. ②일반 신도도 아라한이 될 수 있다. ③교학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다. ④아라한이 되기 위해 반드시 승려가 될 필요는 없다. ⑤사마타 수행을 무시하고 위빠사나만 강조하면서 코끝이 아닌 배의 일어남, 사라짐의 현상을 관찰하라는 마하시 수행법은 대승이나 탄트라 수행법이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은 아니다.
그러나 이 수행법으로도 궁극의 목표에 도달할 수는 있다(마얀마에서의 마하시 방법이 전통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하여 마하시 선사는 직접 경전에 근거하여 책까지 저술하여 논박하였다). 개혁주의자와 신전통주의자 간의 논쟁 결과로 스리랑카에는 새로운 아란냐와 명상 센터가 생겨났다.
승가의 수행법
승가에서는 수행 방법의 근거를 다음 네 가지에 두고 있다
① 경전과 《청정도론》 등의 주석서에 의한 방법
② 전적으로 경전에만 의존한 방법
③ 미얀마의 마하시 전통을 따르는 방법
④ 위의 세 가지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방법
숲속에 거주하는 아란냐 수행승들은 근본 불교의 가장 전통적인 아나파아나 삿띠(호흡관)와 삿띠파타나(사념처), 붓다의 공덕을 기리는 염불 수행법인 붓다누삿띠, 자비관, 부정관, 시체관, 카시나관 등을 실천 수행한다.
아란냐 (숲속 수행처)와 수행 센터
아란냐 수행승들은 숲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수행으로 보낸다. 계율에 철저하며 하루 한끼만 먹고 돈을 만지거나 소유하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도 침대, 방석, 가사, 바루, 물주전자, 책 몇 권이 전부이며 철저한 무소유의 삶을 산다. 수행의 기준은 경·율·논에 두고 있다.
아란냐 명상 센터는 30여 군데 있다. 사원이 8천여 개가 되는데 그 중 170여 곳이 아란냐이다. 3만여 명의 승려 중 1000여 명이 아란냐 수행승이다.
2) 주요 수행처와 스승들
삼스타아란냐(Sri Kalyani Yogasrama Samsthava)
지나왕사 스님이 1950년에 설립했다. 18세 이상 소년들에 한하여 승려가 되며 1년 동안 흰색을 입고 수행한 후 희망자에 한하여 아란냐 수행승으로 적격자라고 판단될 때 계를 수여한다. 지부가 96개가 된다. 그 중 니말라와 아란냐는 남부 해안에 바위 동굴이나 바위에 의지하여 꾸띠를 갖추고 있다.
16개의 꾸띠(원두막같은 방)가 있으며 외국 승려가 이 곳에 머물고자 한다면 일정 기간 테스트를 받은 후 가능하다. 또한 무문관과 같은 미트리갈라 아란냐도 있다. 이곳은 ‘열반 아니면 죽음’만 있을 뿐, 한 번 이곳에 들어오면 죽기 전까지 수행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한 번 이 아란냐에 들어오면 과위를 성취하기 전에는 아란냐를 떠나지 않는다.
② 재가든 승려든 아란냐 밖의 사람들과 말하지 않는다.
③ 불교의 제반 문제에 대해 기사나 편지를 쓰지 않는다.
④ 숨이 다할 때까지 수행을 포기하지 않는다.
⑤ 해탈을 하기 전에는 법을 설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헐미티지(Island Hermitage)
고요한 호수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15개의 꾸띠가 있다. 1911년 유명한 독일 비구승 나먀띨로까 스님이 설립했다. 그의 제자 냐냐몰리, 냐냐뽀니까 스님이 여기에서 공부했다. 이들은 팔리어 경전을 영어와 독일어로 번역하여 세계 불교 포교에 커다란 위업을 남겼다. 이 수행 센터에서 수행하려면 법랍이 10년 이상 되거나 스승 밑에서 5년 이상 수행 지도를 받은 비구승이어야 한다.
와 투 루윌라 아란냐(Waturuyila Aranna)
1954년 와투루왈라라 스리 냐나난다 스님이 창건했다. 현재 50여 명의 스님이 수행하고 있으며 여러 개의 분원을 가지고 있다. 그 분원 중 살갈타 아란냐는 하루 일종식하며 자유롭게 수행한다.
칸두보다 명상 센터(Kanduboda Meditation Center)
1956년 마히사 사야도의 제자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12개의 분원이 있다. 20여 명의 승려들과 사부 대중이 함께 수행한다. 60∼70명 정도가 상주한다.
닐람베 명상 센터(Nillambe Meditation Center)
1979년 재가 불자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대승불교의 참선, 요가, 힌두 수행법도 근기에 따라 실천하도록 인정하고 있다. 외국인 수행승들이 보통 35명 정도 머물고 있으며 수행 시간과 수행법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국내에서 스리랑카 하면 교학만 발달된 불교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수행도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끝으로 현재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두 분의 스님을 소개하면서 개략적이나마 글을 맺고저 한다.
비구 보리 스님
1944년 뉴욕에서 태어나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72년 스리랑카에 와서 비구가 되었다. 테라바다 불교책의 저자이며 경과 주석서를 포함한 많은 책을 영어로 번역하였다. 1984년 이래로 BPS(Buddhist Publication Society)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수행법은 경전에 근거한 정통 위빠사나를 수행하고 있으며 어떤 수행법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수행의 목적을 선정과 탐ㆍ진ㆍ치를 제거하는 데 두고 있다.
냐나난다 스님
스리랑카의 페타데니하 대학에서 빨리어를 가르치는 아주 명망 높은 교수였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아란냐로 돌아가 15년 이상 세상을 멀리하고 수행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마음의 마술쇼(The magic of the mind)》 《초기 불교사상의 개념과 실제》 등이 있다.
하루 일종식을 하며 동굴에서 머물렀다. 그의 수행법에서는 자비관, 죽음관, 부정관, 염불관(Buddahanussati)을 먼저 한 후에 위빠사나 본 수행에 들어간다. 위빠사나 수행은 마하시의 수행법처럼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두 번 정도 알아차리고는 1차 명상 주제인 일어남, 사라짐으로 돌아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